정의
성불도놀이는 불교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구성된 놀이 형식의 수행 체험으로,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게임처럼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전통 불교 문화유산이다. 단순한 오락이 아닌, 육도윤회에서 벗어나 궁극적으로 성불에 이르기까지의 길을 놀이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이 놀이는 단순한 유희의 차원을 넘어서 불법의 진리를 체득하고 불심을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도록 고안되었다.
내용
성불도놀이는 불교의 기본 교리인 육도윤회를 중심으로, 그 속에서 벗어나 궁극적인 깨달음에 도달하는 과정을 시각화한 도판과 주사위, 말을 이용해 전개된다. 세 개의 육면체 주사위에는 각각 ‘나무아미타불’의 여섯 글자가 한 면씩 배치되어 있으며, 이를 던져 나온 조합에 따라 참가자는 도판 위에서 일정한 규칙에 따라 말을 움직인다. 놀이의 목표는 윤회의 세계를 지나 대각(大覺)의 지점에 도달하는 것이며, 이 과정은 참여자 모두가 불법의 길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끔 설계되어 있다.
해당 놀이는 고려 시대에 전래된 불교 경전인 『현행경』에 기록된 정토 발원문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며, 조선 초기에는 하륜이 이 형식을 체계화하고 규칙을 정비했다. 하륜은 성불도놀이의 형식을 참고하여 관직 승진 과정을 도상화한 승경도놀이도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그가 성불도놀이의 체계를 널리 퍼뜨리는 데 기여했음을 암시한다. 이후 서산 대사에 의해 다시 정비되면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성불도놀이의 체계가 확립되었다. 서산 대사는 이 놀이가 사찰에서 노쇠하거나 병든 수행자들에게도 불법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편이라고 언급하면서, 그 수행적 가치를 강조했다.
도판의 구조는 외부 육도와 내부 삼문으로 나뉜다. 외곽에는 지옥도, 아귀도, 축생도, 아수라도, 인도, 천상도 등 육도의 윤회 구조가 배치되어 있고, 중앙에는 염불문, 경절문, 원돈문이라는 세 개의 문이 놓여 있어 성불에 이르는 관문 역할을 한다. 이 구조는 불교의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동시에 놀이의 흐름을 유기적으로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외부 구간은 50-107위, 내부는 1-49위로 설정되어 있어 참가자는 인도에서 출발하여 외부 세계를 경유한 후 내부 구역으로 진입해야만 최종적으로 대각에 도달할 수 있다.
놀이의 실제 진행 방식은 매우 경건하게 이루어진다. 주사위는 반드시 두 손으로 공손히 들고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한 뒤 던져야 하며, 이때 모든 참가자들도 함께 염불을 외친다. 주사위 결과에 따라 다양한 규칙이 작동한다. 예를 들어 ‘불’ 자가 모두 나올 경우, 현재 위치와 관계없이 회광전으로 곧장 이동하며, ‘남’ 자가 모두 나오면 해태굴로 향하게 된다. 또한 동일한 글자가 세 번 반복될 경우 추가 던지기 기회를 얻거나 특정 이동 조건이 부여되며, 글자 조합에 따라 각기 다른 상벌이 정해진다.
놀이의 규칙은 불심과 수행 자세를 반영하고 있다. 염불을 생략하거나 경건치 못한 태도로 주사위를 던질 경우 무골충으로 떨어지며, 분노하거나 타인을 조롱하는 자는 전타라로 전락한다. 속임수를 쓰는 이는 맹롱아로, 주사위를 함부로 던지는 경우 변지로 향하게 되는 등, 불법에 어긋난 행동은 곧바로 벌로 이어진다. 성불이라는 최종 목표에 이르기 위해선 단순한 운뿐 아니라 올곧은 마음가짐이 요구된다.
게임에서 대각에 도달한 자는 상징적으로 콧수염과 백호를 그려 부처로 표현하며, 법문을 행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다. 설령 나이가 많고 지위가 높은 자라도 먼저 성불한 이 앞에서는 법문을 청하고 예를 표하는 것이 원칙이며, 이는 불성의 평등성을 상징한다. 이 놀이가 끝나는 조건 또한 흥미롭다. 참가자 전원이 성불해야 비로소 놀이가 종료되며, 이는 대중 제도의 의미를 실천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오늘날에도 일부 사찰에서는 연말연시를 맞아 승속이 함께 모여 이 놀이를 재현하고 있으며, 전통문화와 수행정신을 함께 되새기는 계기로 삼고 있다.
특징 및 의의
성불도놀이는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수행자의 내면 수양을 위한 도구로서 창안된, 한국 불교 문화에서 매우 희귀한 사례이다. 이 놀이는 불교의 핵심 교리를 놀이 형식으로 전달함으로써, 초심자나 일반 신도들도 자연스럽게 불교적 세계관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단순한 규칙이나 운에 의존하지 않고, 염불과 자세, 마음가짐 등 수행자의 태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가 크다.
더불어 불성을 누구나 지닐 수 있다는 평등사상과, 함께 성불해야 끝나는 구조는 공동체 의식을 기반으로 한 대중불교의 정신을 구현한다. 성불도놀이는 시간을 들여 수행의 과정을 놀이로 체험하게 하면서도, 종교적 엄숙함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그 깊이를 더한다. 이러한 특징은 전통 불교가 여가와 일상을 어떻게 통합시켜 왔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성불도놀이는 단순히 과거의 유물로 머물지 않고, 종종 재현되며 불자들에게 신심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안에는 전통, 교육, 수행, 놀이가 하나로 결합된 복합적 가치가 녹아 있어, 전통문화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참고문헌
慵齋叢話, 성불도놀이(불일출판사,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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