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거북놀이는 주로 추석 명절에 이루어졌던 민속 놀이로, 수수잎으로 만든 거북 모양의 외피를 뒤집어쓰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연희와 놀이를 벌이는 전통 풍습이다. 참여자들은 집집을 돌며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며 즐거움을 나누었고, 아이들이 주축이 되어 공동체 내에서 상호 작용을 촉진했던 대표적인 세시풍속 중 하나로 꼽힌다.
내용
거북놀이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명확히 밝힐 수 있는 문헌은 없지만, 한국 고대 신화나 전통 설화에서 거북에 대한 상징성과 의미는 매우 오래된 것으로 나타난다. 『삼국유사』에 수록된 <수로신화>에는 ‘구지가’라는 노래가 등장하는데, 여기서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라는 구절은 거북을 단순한 동물이 아닌 주술적 매개체로 인식했음을 보여준다. 비록 현대의 거북놀이에서와는 맥락이 다르지만, 이 노래는 거북에 부여된 신령한 이미지가 민속 놀이의 원형에까지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설고총서』라는 문헌에서는 신라 문무왕 시기에 공주의 병을 고치기 위해 15세 전후의 소년들이 수수잎으로 거북을 만들어 논 것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자료가 역사적 사실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놀이가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치료적 또는 주술적 기능까지 지녔음을 암시하는 흥미로운 단서를 제공한다.
실제 거북놀이가 전승된 지역은 주로 경기도와 충청도 일대로, 특히 평택, 용인, 이천, 여주 등 한강 이남의 내륙 지역에서 활발히 행해졌다. 지역에 따라 정월대보름에 행해졌다는 기록도 존재하지만, 오늘날에는 주로 추석 전후에 집중되어 있다. 놀이의 전개 방식은 단순한 유희에 그치지 않고, 집집을 돌며 복을 기원하고 음식을 나누는 마을 축제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놀이 준비는 추석 약 일주일 전부터 시작된다. 아이들은 마을 밭에서 수수잎과 수숫대를 모아 거북의 몸체를 만든다. 뼈대를 수숫대로 짜고, 잎을 겹겹이 얹어 몸을 감싸는 형태로 구조물을 만들며, 대개 청소년 두세 명이 안에 들어갈 수 있는 타원형의 크기로 제작된다. 지역에 따라서는 최대 다섯 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대형 거북도 만들어졌다. 머리와 꼬리는 별도의 구조로 만들어 부착되며, 거북이의 앞과 뒤를 담당하는 사람이 그 움직임을 조작한다.
이 거북을 이끄는 역할을 맡은 인물은 지역마다 다른 명칭으로 불렸다. 평택에서는 ‘수장거북’, 이천에서는 ‘질라아비’, 수원에서는 ‘살마이거북’이라 했고, 충청도의 경우 ‘질라래비’, ‘길열이’, ‘질래비’ 등으로 부르며 지역색이 강하게 반영되었다.
놀이의 핵심은 거북을 데리고 마을을 순회하는 데 있다. 청소년들이 중심이 되어 저녁 무렵 마을 공터에 모이면, 놀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문헌 조사에 따르면, 20세기 초반에도 15~16세의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권유로 거북놀이를 주도했다고 한다. 놀이의 형식은 단순한 행진을 넘어서 농악, 연희, 굿판이 결합된 복합적 양식을 띤다. 집집을 돌며 거북이 춤을 추고, 이에 대한 보답으로 주민들은 쌀이나 송편, 과일 등의 음식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특정 지역에서는 놀이가 농악 구성과 절차에 따라 더욱 정형화되었다. 충북 음성에서는 순문장굿, 용왕굿, 마당놀음, 벅구노름, 조왕굿, 터주굿, 도량굿 등으로 구성되어 약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정식 연희로 발전했다. 이에 반해 이천에서는 장승굿, 우물굿, 마을판굿을 포함한 집안굿으로 구성되어 거북놀이가 마을굿에서 집안굿으로 전개되는 전통이 형성되었다. 각 지역별로 절차와 명칭은 달랐으나, 풍요를 기원하고 공동체의 안녕을 도모하는 점에서는 공통적인 목적을 지녔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놀이의 형태는 재현 중심으로 변화했다. 농악 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 요소를 강화하거나, 공연 프로그램으로 정형화하면서 원래의 자발성과 놀이성이 일부 희석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평택에서는 처음에는 마을굿 중심의 연희였으나, 최근에는 동네 뒷놀이와 결합되어 퍼포먼스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천에서는 장승굿이 빠지는 등 지역의 신앙 전승과 현실 여건을 반영한 변화도 감지된다.
거북의 유형 또한 지역마다 다양하다. 두세 명이 들어가는 중간 크기의 거북에서, 다섯 명이 들어가는 대형 거북, 작은 장식용 거북들까지 등장한다. 천안 직산에서는 '남생이'라 불리는 다섯 마리의 소형 거북이 함께 등장하고, 오산 금암동에서는 수수잎을 엮어 길이 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거북을 만들어 화려하게 연출하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거북이 오는 방향은 지역에 따라 동해, 서해, 백두산 등으로 달라지며, 이는 각 지방의 지리적 상징성과 전통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놀이 중에 자주 사용되는 구절인 “천석 거북아 놀아라, 만석 거북 들어간다”는 거북이 부귀와 풍요를 가져다주는 존재로 인식되었음을 보여준다.
특징 및 의의
현장에서 채록된 자료에 따르면, 초기의 거북놀이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복을 기원한다는 종교적 목적보다는, 아이들이 함께 모여 추석을 기념하고 놀이 삼아 음식을 얻는 데 초점이 있었다. 이는 거북놀이가 본래 수확에 대한 감사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수확 의례적’ 놀이였음을 시사한다. 즉, 농경문화 속에서 추수의 기쁨을 나누고, 이를 집단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 놀이에 성인 중심의 농악과 굿 요소가 결합되며 놀이의 성격이 연희적·제의적으로 확장되었다. 이는 단순한 유희가 지역 문화의식과 결합하면서 ‘마을굿’으로 재탄생한 과정으로, 전통놀이가 공동체적 의례로 발전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오늘날의 거북놀이는 단지 옛 놀이를 복원하는 차원을 넘어서, 지역 정체성과 공동체 결속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풍요와 안녕, 건강을 기원하는 메시지와 함께, 아이들의 창의력과 청소년기의 협업 능력을 키우는 교육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거북을 형상화한 창작 과정은 예술 교육이나 전통 공예 체험에도 응용될 수 있으며, 축제나 문화 행사에서 전통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콘텐츠로 재조명되고 있다.
참고문헌
三國遺事, 경기도 거북놀이의 전승양상(김종대, 민속원, 2014), 음성거북놀이조사서(윤병준, 음성군 문화공보실, 1973), 이천거북놀이(김종대 외, 민속원, 2007), 이천의 민속 거북놀이(하주성, 이천문화원, 1985), 천안의 거북놀이(황서규·홍순국, 성환문화원,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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