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재먹기 정의, 내용, 특징 및 의의
정의
땅재먹기는 일정한 모양의 놀이판을 흙바닥에 그려 놓고, 자신의 영역을 조금씩 확장해가는 방식의 전통 아동놀이이다. 간단한 규칙과 손쉬운 도구만으로도 놀 수 있어 예로부터 전국 곳곳의 아이들 사이에서 널리 즐겨졌으며, 땅을 차지해 나간다는 행위에 내포된 점유 욕구, 경쟁심, 전략적 사고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전통 민속놀이로 평가된다.
내용
이 놀이는 ‘땅따먹기’, ‘땅따기’, ‘땅뺏기’ 등 지역과 시대에 따라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으며, 대체로 3~4명 정도의 아이들이 무리지어 모여 평평한 흙바닥에 놀이판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가장 기본적인 방식은 커다란 네모 또는 원형 형태의 경계선을 그리고, 그 안에 각자의 '집'을 설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집을 정할 때는 각자의 구석 자리에 엄지를 중심점으로 고정한 뒤, 손가락을 최대한 벌려 부채꼴 모양으로 선을 그어 자신의 기본 영역을 만든다. 손의 크기에 따라 초기에 확보할 수 있는 집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 과정은 은근한 긴장감과 심리전이 수반되는 재미있는 절차 중 하나다.
기본 영역이 설정된 후, 참가자들은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한다. 놀이 방법은 두 가지 갈래로 나뉘는데, 하나는 간단한 ‘땅재먹기’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좀 더 전략성과 숙련도를 요구하는 ‘땅따먹기’ 방식이다.
‘땅재먹기’는 주사위를 굴리거나 땅 위에 줄을 긋는 등의 복잡한 규칙 없이, 가위바위보에 승리한 사람만이 땅을 한 뼘씩 잴 수 있게 된다. 이때 한 뼘은 손을 최대한 벌려 손끝에서 손끝까지의 거리를 기준으로 하며, 참가자들은 자신의 땅이 점점 커지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 명만 이겼을 때만 땅을 재게 할 수도 있고, 두 명 이상이 이겼을 경우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도 진행된다. 규칙은 시작 전에 참가자들이 합의하여 유동적으로 정한다.
이에 비해 ‘땅따먹기’는 일정한 기술을 요하는 방식으로, 간단한 놀이판 그리기 이후에는 ‘말’로 불리는 돌조각을 튕겨 목표 지점까지 이동시키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때 사용하는 말은 보통 바둑알 크기의 평평한 돌이나 사금파리 조각 등을 매끄럽게 다듬어 만든다. 지역에 따라 ‘꼭꼬락’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말은 특히 전북 지역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놀이의 진행 방식은 각자가 세 번의 기회를 통해 돌을 튕겨 자신의 집에서 출발해 다시 돌아오는 구조로 구성된다. 말이 움직인 경로에 선을 그려 그 안쪽을 자신의 땅으로 인정받게 되며, 이를 반복하여 점차 영역을 넓혀가는 방식이다. 단, 말이 놀이판 바깥으로 나가거나 제한된 횟수 내에 집으로 되돌아오지 못할 경우 그 차례는 무효가 되고, 다음 참가자에게 기회가 넘어간다. 경로 그리기, 선 긋기, 말의 제어 등 손과 눈의 조정 능력이 필요한 만큼, 대체로 초등 고학년 이상이 즐기는 고난이도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변형 방식으로는 중앙에 원형의 ‘구멍’을 만들고, 각자의 집에서 돌을 튕겨 원에 집어넣는 구조도 존재한다. 이 원은 마치 골대처럼 작용하며, 성공할 경우 자신이 지정한 방향으로 땅을 한 뼘 늘릴 수 있다.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키면 ‘구멍’을 자신의 집 일부로 선언할 수도 있어, 이후에는 별도의 조작 없이 차례마다 자동으로 땅을 확장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특징 및 의의
이 놀이는 간단한 규칙 아래에서 경쟁과 점유의 개념을 직관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미가 크다. 아이들은 자신의 손으로 영역을 만들고 확장시키면서 공간 감각, 전략적 사고, 순발력, 집중력 등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다. 또한 실질적으로 점유한 땅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승패가 명확하고 공정성도 유지된다.
놀이의 형태는 매우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어 지역마다 전승 방식에 차이가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남의 땅 위에 선을 그어 침범하거나, 자신의 경로가 타인의 영역을 지나갈 경우 이를 ‘침해’로 보고 상대의 땅 일부를 빼앗는 규칙을 도입하기도 한다. 이처럼 룰의 자유도는 높지만, 참여자 간 합의와 규칙 존중이라는 기본적 문화 규범이 작동되면서 놀이가 성립된다.
흥미로운 점은, 땅재먹기와 땅따먹기 모두 손과 눈, 몸의 협응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순한 유희를 넘어 아이들의 신체 및 인지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는 가위바위보만으로도 참여할 수 있는 반면, 고학년 이상은 정확한 조작을 통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으므로, 연령 차이를 뛰어넘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놀이라는 장점도 있었다.
놀이판의 구조 또한 다채롭다. 단순한 사각형뿐 아니라 복수의 원, 선 연결 방식, 장애물 요소가 포함된 변형 놀이판 등은 아이들의 창의력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진화해왔다. 놀이가 끝난 후에는 자신의 손자국, 발자국, 돌의 흔적이 고스란히 흙바닥에 남아, 놀이의 흔적이 일종의 지도로 남는 정서적 만족도 크다.
현대 사회에서 땅재먹기와 같은 전통 놀이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으나, 유년기의 놀이 경험으로 남아 있는 이들은 여전히 그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린다. 복잡한 도구 없이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던 이 놀이는, 아날로그적 감성과 공동체 유대를 가장 순수한 형태로 담고 있는 귀중한 민속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참고문헌
서산민속지-하(경희대학교 민속학연구소, 서산문화원, 1987), 우리나라 민속놀이(심우성, 동문선, 1996), 울진의 세시풍속과 놀이(한양명, 울진문화원, 2012), 전래놀이 101가지(이상호, 사계절, 1999), 조선의 향토오락(村山智順, 박전열 역, 집문당, 1992).
닭살이놀이 정의, 내용, 특징 및 의의
정의
닭살이놀이는 원형의 울타리 구조 속에서 쫓고 쫓기는 역할극 형태의 전통 민속놀이다. 닭과 그것을 노리는 동물(주로 너구리 또는 족제비)을 역할로 나누고, 나머지 참여자들이 손을 맞잡아 만든 울타리 안에서 전개되는 이 놀이는 술래잡기의 형식 위에 극적인 줄거리를 덧입힌 상징적 집단놀이로서 전통 놀이문화의 감성과 창의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내용
이 놀이는 ‘닭잽이’, ‘닭잡기’, ‘널’, ‘짚신뺏기’, ‘도둑잡기’ 등 다양한 이름으로 지역별 전승되어 왔으며, 대개 초등학생 연령대의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간혹 성인 여성들 사이에서도 유희적 또는 풍속적 성격으로 시행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놀이는 주로 초봄이나 늦가을의 저녁 무렵, 또는 정월대보름과 추석 명절 같은 절기 때 이루어졌다.
놀이의 시작은 참가자 중 한 명이 닭 역할을 맡고, 또 다른 한 명이 닭을 노리는 동물의 역할(너구리·쥐·족제비 등)을 수행하는 데서 출발한다. 나머지 아이들은 서로 손을 잡고 둥근 형태의 원을 만들어 울타리를 구성한다. 이 울타리는 닭장을 상징하며, 닭은 내부에, 너구리는 외부에 자리 잡는다.
이후 놀이의 핵심인 ‘대화’가 펼쳐진다. 닭과 너구리는 달걀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데, 이를 통해 놀이의 분위기가 극적으로 고조된다. 예를 들어, 경기도 이천 지역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간다:
쥐(또는 너구리) 닭아, 계란 한 개 주게.
닭 십 년이 지나 허물어진 울타리 기둥을 일으켜 세워 준다면 한 개 주지.
쥐(또는 너구리) 그럼 일으켜 주지. (원을 만들고 있는 사람 하나하나를 일으켜 세운다) 자, 모두 일으켰어, 계란을 다오!
닭 냄새 나는데?
쥐(또는 너구리) 냄새가 나도 다오.
닭 비린내가 나.
쥐(또는 너구리) 비린내가 나도 줘!
닭 쓰다구.
쥐(또는 너구리) 쓰더라도 줘!
닭 없어.
이 짧은 문답은 단순한 말장난을 넘어, 극적 긴장과 역할 간의 대비를 극대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후 너구리는 닭을 쫓기 시작하며, 울타리 역할을 맡은 아이들은 양쪽 역할을 돕거나 방해하는 등의 간접적 개입을 하며 긴장감을 더한다. 닭이 잡히면 역할을 교대하거나 새로운 닭과 너구리를 선발해 다음 라운드를 진행한다.
이 놀이의 유래는 전국적으로 분포되었으며, 『조선의 향토오락』에는 경북 울진, 충남 연기, 황해도 연백 등지에서 전승된 예가 기록되어 있다. 특정 지역에서는 이 놀이를 강강술래의 일부로 인식하기도 하는데, 특히 전라남도 진도 지역의 강강술래 속 ‘외땀놀이’가 현재의 닭살이놀이와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다만 현재 전승되는 강강술래에서는 별도의 노래나 후렴이 없는 닭살이놀이가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독립된 전래놀이로 분리 인식되는 추세다.
특징 및 의의
닭살이놀이는 단순한 신체적 활동을 넘어 상황극적 요소를 포함한 극놀이적 성격이 강하다. 특히 닭과 너구리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 구조가 형성되며, 아이들은 극중 인물에 몰입하여 감정 이입을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단순한 쫓고 쫓기는 구조에서 벗어나 이야기의 흐름을 포함한 놀이라는 점에서 교육적·창의적 가치가 높은 전통놀이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와 유사한 놀이로는 ‘고양이와 쥐’가 있다. 겉보기에는 닭살이놀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줄거리의 유무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고양이와 쥐 놀이는 역할 간의 상호 작용이나 서사가 없이 단순한 술래잡기의 반복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닭살이놀이는 서사 중심의 놀이로, 닭이 왜 쫓기게 되는지에 대한 이유를 명확하게 부여하고 그 과정까지도 놀이에 포함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닭살이놀이는 원형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원무(圓舞)’ 형식의 전통 유희와도 연결될 수 있다. 울타리를 만든 아이들이 손을 맞잡고 만들어내는 원은 강강술래와 같은 고대 집단무의 형식을 연상시키며, 이러한 형식미는 공동체적 상징과 놀이의 율동성을 함께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놀이 안에서 감정의 이동과 역할의 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타인의 입장을 상상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쫓고 도망치는 단순한 움직임 속에 담긴 이중적 감정과 그에 수반하는 행동은, 아이들에게 몰입과 관찰, 전략적 판단력을 동시에 요구한다.
그러나 놀이의 핵심을 형성하는 울타리 역할은 정적인 성격 때문에 참여 아이들에게 외면받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현대에 들어서면서는 닭살이놀이보다 고양이와 쥐처럼 단순화된 형태가 선호되었고, 놀이 자체가 점차 축소되거나 사라지게 된 배경이 되었다. 놀 시간이 부족해진 현실 속에서 이야기 중심의 전통놀이가 배제되는 현상은 아쉬운 문화적 손실로 지적된다.
닭살이놀이는 단순한 아동 놀이를 넘어서, 공동체 내의 상호작용, 극적 상상력, 신체 활동이 융합된 종합적 민속놀이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오늘날 잊혀진 유희로 머물기보다는, 전통문화 교육이나 지역 축제 속 프로그램으로 복원되어 세대 간 문화 소통의 장이 되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놀이다.
참고문헌
금산의 민속놀이(강성복, 금산문화원, 1994), 아이들 민속놀이 백가지(김종만, 우리교육, 1993), 전래놀이 101가지(이상호, 사계절, 1999), 조선의 향토오락(村山智順, 박전열 역, 집문당, 1992).
밀양 법흥 상원놀이 정의, 내용, 특징 및 의의
정의
경상남도 밀양시 단장면 법흥리의 법흥마을에서는 매년 정월대보름을 맞아 전통 신앙의례와 민속놀이가 결합된 상원놀이를 펼친다. 이 놀이는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당산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놀이와 의식이 연계되어 구성되며, 지역 고유의 공동체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정월대보름 행사로 꼽힌다.
역사
법흥 상원놀이는 원래 당산제를 중심으로 한 서낭굿 형태의 마을 신앙에서 유래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정월대보름에 행해지던 다양한 전통 행위들이 하나로 결합되었고, 이를 공연의 형태로 재구성하여 민속놀이로 발전시켰다. ‘상원’은 정월 대보름을 뜻하는 고어로, 이 날은 마을 공동체가 한자리에 모여 새해의 평안을 기원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법흥마을은 농업을 주 생업으로 삼는 전형적인 농촌 공동체이며, 당산나무와 신북(神鼓)에 얽힌 설화가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온다. 옛이야기에 따르면, 마을에 재난이 잦던 어느 시절, 지나던 스님이 당산나무에 짝을 지어주면 액운이 물러날 것이라 조언했고, 이에 마을 사람들이 법고를 모신 당사(堂祠)를 세우고 정월대보름마다 제를 지내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안정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한 그루였던 당산나무는 점차 네 그루로 늘어, 현재는 마을의 수호신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 전통놀이는 민속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16호로 지정되었으며, 지역 공동체의 기억과 신앙, 놀이가 살아 숨 쉬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 보호되고 있다.
내용
밀양 법흥 상원놀이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며, 각 마당은 제의, 놀이, 마무리 의례라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제1마당: 제의의 시간
해가 뜨기 전,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은 ‘신북’을 울리며 의례를 시작한다. 신북은 약 350년간 당사에 모셔온 상징적 물건으로, 마을 사람들은 그 울림이 재앙을 막고 복을 불러들인다고 믿는다.
‘오토지신밟기’는 마을의 중심과 사방을 왼쪽 방향으로 돌며 밟는 의식으로, 마을 전체의 부정을 제거하고 길운을 불러오는 주술적 행위다. 지신밟기를 마친 후에는 당산나무 아래에 모여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올린다. 제물로는 오곡이 사용되며, 이는 한 해의 풍작을 염원하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부녀자들은 집집의 소원을 담은 촛불과 소지를 올리며 개인적인 기복의 의미도 더한다.
당산제 후에는 마을 뒷산의 찬못샘으로 이동하여 ‘용왕제’가 열린다. 샘물 옆에 마련된 제상에는 과일, 나물, 건어물, 미역국 등 전통 제수가 차려지고, 무당과 부녀자들이 함께하는 용왕굿을 통해 수호신에게 마을의 무사함과 복을 빈다. 제수가 끝난 뒤에는 시냇물에 제물을 풀어놓으며 의례를 마무리한다.
이후 지신밟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풍물패가 각 가정을 돌며 문굿을 펼치고, 성주굿을 통해 각 가정의 안녕과 복덕을 비는 의식을 수행한다.
제2마당: 놀이의 공간
두 번째 마당에서는 본격적인 민속놀이가 이어진다. ‘헌신랑다루기’는 새로 결혼한 신랑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처가 식구들이 신랑을 대들보에 거꾸로 매달아 장난스럽게 다루는 전통 유희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흥미롭다. 고모부는 허수아비로, 고모는 큰머슴으로 변장하여 풍자와 해학이 어우러진 연극처럼 펼쳐진다. 때로는 신랑이 소로 분장해 논갈이를 흉내내는 놀이도 이루어진다.
이어서 ‘장작윷놀이’가 펼쳐진다. 일반 윷놀이와 달리 장작 모양의 윷가락을 각각 한 명씩 들고 동시에 던지는 방식이며, 팀워크와 운이 결합된 독특한 전개를 보인다.
보름달이 떠오를 무렵에는 ‘돌다리밟기’가 이어진다. 참가자들은 징검다리를 건너며, 나이 수만큼 왔다 갔다 하면서 다리 건강을 기원한다. 매번 건널 때마다 팥알을 시냇물에 던지며 “내 다리 쇠 다리 되어 주소.”라고 말하는 것은 민간 신앙이 내포된 행위다. 큰 강이 없는 마을 특성상, 마을 앞 개천을 활용한 이 놀이가 법흥마을의 고유성을 더욱 잘 보여준다.
제3마당: 뒤풀이와 축제의 절정
마지막 마당은 공동체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마무리 의례이다. 마을 사람들은 미리 마련된 달집 앞에 모여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노래 <쾌지나칭칭나네>를 부르며 춤판을 벌인다. 달이 떠오르면 새로 혼인한 부부가 교배상을 차리고, 전통 혼례복을 입은 채 달집에 불을 붙이는 의식을 진행한다. 이는 생식력과 다산을 상징하는 의례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특별한 소원을 지닌 개인이 달집을 구입해 불을 붙이는 경우도 있으며, 전해의 불운을 태우기 위해 자기 옷을 달집에 매다는 이들도 있다.
달집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하면, 부녀자들은 콩을 다리미에 담아 불에 볶는다. 이는 액운을 떨쳐내고 복을 맞이하기 위한 상징적 행위다. 볶은 콩은 이웃과 나눠 먹으며 연대감도 함께 나눈다.
달이 높이 떠오른 후에는 ‘판굿’이 열리며, 풍물패의 신명 나는 가락에 맞춰 남녀노소가 어울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축제는 절정을 이룬다.
특징 및 의의
법흥 상원놀이는 단순한 민속놀이의 범주를 넘어서, 전통 신앙과 공동체 놀이, 의례적 상징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다층적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단순한 오락을 넘어 마을의 정체성, 역사적 기억, 세대 간 연결고리를 상징적으로 담아내며, 전통 신앙과 현대 공동체 생활의 접점을 이어주는 살아 있는 문화현상으로 평가받는다.
오랜 시간 동안 마을 사람들의 정성과 신념으로 계승되어 온 이 놀이는, 단절되어가는 농촌 공동체의 전통을 지켜내는 상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법흥마을처럼 특정 장소와 서사, 인물이 연결되어 있는 상원놀이는 단순히 ‘놀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당산나무, 신북, 찬못샘, 달집 등 마을을 구성하는 물리적 요소들이 의례와 결합되어 마을 전체를 하나의 의례공간으로 재구성하는 이 놀이는, 우리 민속놀이의 집단성과 주술성, 공동체성을 온전히 드러낸다.
참고문헌
東國歲時記, 경남의 무형문화재(이균옥, 경상남도·경남발전연구원·국립민속박물관, 2013), 밀양법흥상원놀이(한양명, 한국세시풍속사전, 국립민속박물관, 2010), 밀양아랑제사십년사 별책부록(밀양아랑제집전위원회, 1999), 향토의 민속문화(강용권, 동아대학교 석당전통문화연구원,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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