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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학자가 깊이 분석하는 한국 소년들의 전통 놀이, 죽마놀이. 대나무 활용부터 독특한 놀이 방법, 역사적 기록, 민속체육적 가치, '죽마고우' 의미까지 상세히 탐구합니다.]

한국 민속놀이의 한 갈래: 소년들의 놀이 세계

한국의 민속놀이는 성별, 연령, 계절, 지역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그 형태와 내용이 달라집니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의 놀이는 어른들의 놀이와는 또 다른 특징을 가지며, 성장 과정에 필요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발달을 돕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했습니다. 특히 소년들의 놀이는 활동적이고 경쟁적인 성격이 강하며, 힘과 기술을 겨루고 역할을 나누는 과정에서 사회성을 배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소년들의 놀이는 단순한 유희를 넘어, 전통 사회에서 요구되는 남성적 역할과 기질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비공식적인 교육 과정이었습니다.

놀이를 통한 성장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신체를 단련하며 관계 맺는 법을 익힙니다. 땅따먹기, 구슬치기, 자치기 등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규칙을 이해하고, 친구들과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소년들의 놀이 중에는 특히 신체적인 활동량이 많고, 특정 기술을 숙달해야 하거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힘과 속도를 겨루는 민속체육(民俗體育)적 성격이 강한 놀이들이 발달했습니다. 이는 강인한 체력과 진취적인 기상을 기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민속체육의 의미

민속체육은 특정 민족이나 지역 사회에서 전승되어 온 신체 활동 및 놀이를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한 스포츠와 달리 해당 문화권의 자연환경, 생업, 신앙, 사회 구조 등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민속체육에는 씨름, 택견, 활쏘기와 같이 성인 남성들의 기술과 힘을 겨루는 것뿐만 아니라, 죽마놀이, 연날리기, 썰매타기 등 아이들이 즐기는 다양한 신체 활동 놀이도 포함됩니다. 이러한 놀이들은 놀이꾼들의 신체 발달과 더불어 협동심, 경쟁심, 인내심 등 다양한 정신적, 사회적 능력을 함양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죽마놀이: 대나무와 소년들이 빚어낸 민속

죽마놀이(죽마놀이)는 남자아이들이 대나무로 만든 말을 타고 노는 민속놀이입니다. '대말타기', '죽족(竹足)'이라고도 불리며, 대나무라는 특정 자연 재료를 활용하고 소년들의 놀이 문화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민속학적인 의미가 큽니다.

죽마놀이란 무엇인가?: 정의와 다른 이름

죽마놀이는 대나무를 이용해 만든 '죽마'라는 놀이 기구를 타고 정해진 코스를 달리거나 서로 밀어 넘어뜨리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놀이입니다. 대나무로 만든 말이라는 의미에서 대말타기라고도 흔히 불리며, 대나무를 발처럼 사용하여 이동한다는 의미에서 죽족(竹足)이라는 한자어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대나무의 활용과 놀이의 지역성

죽마놀이는 기본적으로 대나무가 많이 자라는 지역에서 발달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중부 이남 지역과 제주도에 대나무가 풍부하며, 이들 지역에서 죽마놀이가 활발하게 전승되어 왔습니다. 대나무는 예로부터 건축, 가구, 생활용품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었던 친숙한 재료였습니다. 이러한 지역 환경과 특정 재료의 풍부함이 놀이 형태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대나무를 이용해 자신들만의 놀이 기구를 만들고 즐겼습니다.

동아시아에 퍼진 죽마놀이

죽마놀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오랜 역사를 가지고 전승되어 온 동아시아 삼국의 공통적인 소년 놀이였습니다. 중국의 『잠확류서(潛確類書)』에는 당나라 때 덕연이라는 인물이 죽마놀이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일본의 문헌에서도 죽마놀이와 관련된 내용이 발견됩니다.

전파론과 자생론적 관점

동아시아 삼국에서 죽마놀이가 모두 나타난 것에 대해 민속학적으로는 두 가지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전파론적 관점으로, 한 나라에서 발생한 놀이가 문화 교류를 통해 다른 나라로 전파되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자생론적 관점으로, 대나무라는 재료가 세 나라 모두에 풍부하고 아이들이 '말을 타는' 행위를 보방하려는 보편적인 심리를 가졌기에 각기 독립적으로 죽마놀이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대나무의 실용성과 '말'이라는 문화적 상징에 대한 유사한 인식이 죽마놀이가 동아시아에서 보편적인 소년 놀이로 자리 잡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사 기록을 통해 본 발자취

한국 문헌 기록에서도 죽마놀이의 오랜 역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는 죽마를 타고 피리를 불면서 놀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이미 삼국 시대부터 죽마놀이가 존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려 시대의 『목은집(牧隱集)』이나 조선 시대 문인 임제의 글에서도 '죽마'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등, 죽마놀이는 시대와 계층을 넘어 오랜 기간 한국에서 전승되어 온 소년들의 놀이였습니다.

죽마놀이의 실제: 놀이 도구와 방법

죽마놀이는 비교적 간단한 도구를 사용하지만, 그 형태와 놀이 방법에는 다양성이 존재합니다.

간결함 속의 다양성: 죽마의 종류

죽마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죽마

가장 간단한 형태는 잎이 달린 대나무를 그대로 활용하거나, 대빗자루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앞 끝을 손으로 잡고 뒤쪽 잎사귀나 빗자루 부분이 땅에 끌리도록 크기를 조절하여 마치 말을 타는 것처럼 달립니다. 때로는 큰 대나무를 사용하여 여러 명이 함께 타기도 했습니다. 이때는 나뭇가지를 꺾어 말 채찍처럼 사용하며 놀이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발판을 활용한 죽마

두 번째 형태는 대나무 기둥에 발판을 단 조립형 죽마입니다. 아이 키 정도의 대나무를 자른 후, 밑동에서 약 30cm 높이에 다른 대나무 조각(약 30cm)을 가로로 단단히 묶어 발판으로 사용합니다. 놀이꾼은 이 발판 위에 올라서서 대나무 기둥을 잡고 걸어 이동합니다. 이 형태의 죽마는 균형 감각과 하체 근력을 더 많이 요구합니다.

속도와 힘의 겨루기: 놀이 방법

죽마놀이의 놀이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 경주: 미리 정한 목표 지점을 죽마를 타고 먼저 갔다 오는 사람이 이기는 방식입니다. 속도와 지구력, 그리고 죽마를 능숙하게 다루는 기술이 중요합니다. 개인전으로 하거나 팀을 나누어 계주 형식으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 몸싸움/밀어 넘어뜨리기: 죽마를 타고 서로 몸싸움을 하거나 죽마를 이용해 상대방을 밀어 넘어뜨리는 방식입니다. 죽마 위에서 균형을 잡는 능력, 힘, 그리고 상대를 제압하는 전략이 중요합니다. 마지막까지 죽마에서 떨어지지 않고 서 있는 사람이 이깁니다.

이 두 가지 방식은 모두 민속체육적인 성격을 가지며, 속도, 균형, 힘, 전략 등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요구합니다.

놀이의 시기와 장소

죽마놀이는 주로 날씨가 따뜻한 봄날이나 서늘한 가을철에 많이 행해졌습니다. 이는 야외 활동에 적합한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놀이 장소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다닐 수 있는 양지바른 골목, 마을의 넓은 놀이터, 또는 구릉지 등 비교적 평탄하고 넓은 곳이 선호되었습니다.

죽마놀이의 민속학적 가치와 언어문화적 의미

죽마놀이는 오늘날에는 예전에 비해 찾아보기 어렵지만, 우리 민속과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신체 발달과 진취적 기상 함양

죽마를 타고 균형을 잡고 이동하거나 상대와 힘을 겨루는 과정은 아이들의 체력 발달신체 조절 능력을 크게 향상시킵니다. 또한, 죽마 위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애쓰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경쟁하는 경험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어려움에 도전하는 진취적인 기상용기를 기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는 전통 사회에서 남자아이들에게 기대되었던 중요한 덕목이었습니다.

협동심과 사회성 발달

죽마놀이는 개인전으로도 가능하지만, 편을 나누어 하는 팀 대항전 형태도 흔했습니다. 팀원들과 협력하여 전략을 짜고 서로 응원하며 함께 승리하거나 패배하는 경험은 아이들의 협동심사회성을 발달시키는 데 기여했습니다. 놀이 규칙을 지키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 규범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죽마고우'에 담긴 언어 문화적 의미

죽마놀이의 가장 널리 알려진 문화적 흔적은 바로 '죽마고우(竹馬故友)'라는 사자성어입니다. 이는 어릴 때 함께 죽마를 타고 놀던 친구처럼, 어릴 적부터 가깝게 지내온 소중한 벗을 의미합니다. 이 사자성어는 죽마놀이가 과거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매우 흔하고 중요한 놀이였으며, 이를 통해 형성된 우정이 얼마나 깊고 오래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특정 민속놀이가 언어 속에 녹아들어 문화적 의미를 후대에까지 전달하는 중요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사라져가는 전통 놀이의 현재

대나무 활용도가 줄고 놀이 환경이 변하면서, 전통적인 죽마놀이는 예전에 비해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놀이기구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현대 어린이들에게는 낯선 놀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죽마놀이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놀이 문화를 보여주는 소중한 무형 유산입니다. 민속체육으로서의 가치, 공동체적인 의미, 그리고 '죽마고우'라는 언어에 담긴 문화적 깊이를 되새기며, 현대적인 맥락에서 죽마놀이를 체험하고 그 가치를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죽마놀이는 대나무라는 자연 재료를 활용하여 소년들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발달을 도왔던 한국의 중요한 민속놀이입니다. 민속학자의 시선으로 죽마놀이를 분석하는 것은 우리 전통 사회의 소년 문화와 교육 방식, 그리고 놀이가 삶에 미쳤던 영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비록 사라져가고 있지만, 죽마놀이와 '죽마고우'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를 기억하고 계승하는 것은 우리 문화의 뿌리를 이해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참고문헌
광주의 민속놀이(광주민속박물관, 1994), 동아시아민속학(지춘상, 민속원,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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