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기차놀이는 새끼줄이나 줄넘기줄 같은 긴 끈을 원형 또는 타원형으로 연결한 후, 아이들이 그 안에 차례대로 들어가 기차처럼 움직이며 노는 전통적인 어린이 놀이이다. 줄을 몸에 걸치고 기차 소리를 흉내 내며 마을 곳곳을 누비는 이 놀이는, 실제 기차의 형태와 움직임을 상상하고 모방하면서 공동체적 놀이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한다.
내용
어린이들의 놀이는 종종 일상에서 마주한 인상 깊은 대상을 흉내 내는 데서 출발한다. 기차놀이는 바로 이러한 상상력과 호기심이 만든 놀이로, 말타기나 가마타기처럼 특정 대상을 인체의 움직임으로 재현하려는 경향에서 비롯되었다. 기차가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한 것은 1899년 개통된 경인선에서 비롯된다. 노량진과 제물포 사이를 연결한 이 노선은 이후 한강철교가 놓이며 본격적으로 완성되었고, 곧이어 경부선, 경의선, 호남선 등 주요 철도가 차례로 개통되면서 철도망은 전국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철도의 등장은 대중에게 큰 호기심을 자아냈고, 특히 아이들에게는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탈것으로 각인되었다. 당시 어린이들은 꼬리따기와 같은 뒤따르는 놀이에 익숙했기에, 줄을 연결해 열차를 흉내 내는 방식은 자연스럽게 놀이로 발전했다. 기차의 움직임과 소리를 모방하며 놀이가 구성되고, 이를 통해 아이들은 현실 속 기차의 형태를 상상 속에서 구현하게 되었다.
기차놀이가 실제로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는 여러 지역 자료에서 확인된다.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에는 충청북도 지역에서 행해지던 형태가 간단히 소개되어 있으며, 5~6세 아이들이 줄 안에 줄지어 서서 “뛰뛰 칙칙 폭폭” 같은 기차 소리를 내며 목적지를 외치고, 일정 지점에서 승객이 내리는 흉내를 내는 놀이였다. 더욱 자세한 내용은 『경기도지』에 실려 있으며, 여기에 따르면 놀이 인원은 소수에서 많게는 수십 명까지 다양했고, 연령 또한 단순 유아기에서 초등 연령대까지 폭넓게 포함되었다.
놀이의 준비물은 매우 단순하다. 마당이나 골목 어귀, 또는 공터에서 줄넘기줄, 새끼줄, 또는 빨랫줄을 연결해 원형의 고리를 만들고, 이를 기차처럼 구성한다. 줄은 참가자의 허리나 배에 걸치고 두 손으로 잡도록 하며, 맨 앞 사람은 기관사 역할을 맡는다. 기관사는 노래와 구호를 선도하며 열차를 이끄는 중심 인물이 되는데, 보통 가위바위보나 제비뽑기 같은 방식으로 순번을 정한다.
놀이가 시작되면 참가자들은 “칙칙폭폭”, “삐익” 등 기차의 소리를 입으로 흉내 내며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 중간중간 멈춰서는 지점은 ‘정거장’으로 설정되며, 아이들이 그 지역 명칭을 말하며 내릴 사람을 지정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여기는 대전역입니다, 내릴 분은 내려주세요!” 같은 문구를 활용하며 실감나는 역할극을 연출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마을 골목길을 오가다 보면, 놀이의 중심인 줄은 자연스럽게 마을 전체를 연결하는 상상 속 철도가 된다.
재미있는 점은 이 놀이가 단순한 신체 활동을 넘어서 사회성과 창의력을 동시에 키워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줄을 잡고 걷는 행동만으로는 지루할 수 있지만, 각 정거장에서 승하차를 연기하거나, 열차 소리를 다양하게 창조해내는 과정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협동심을 유도했다. 줄의 탄력과 움직임이 다 함께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놀이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레 리더십과 팀워크도 길러졌다.
특징 및 의의
기차놀이는 도구가 간단하고 준비가 쉬워 누구나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접근성을 가진다. 한 줄의 도구만으로도 수십 명이 함께 어울릴 수 있으며, 놀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무한한 상상을 펼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또는 줄을 붙잡고 함께 움직이면서 체득하게 되는 공동체 의식은, 단순히 신체적 놀이를 넘어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줄로 이어진 구조 속에서 서로 부딪히고 조율하며 이동하는 경험은, 타인과의 관계를 조심스럽게 배우는 과정이자 사회적 관계 형성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또한, 기차놀이는 특정한 규칙이나 정해진 방식이 아닌 아이들의 자율성과 상상력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되었다. 어떤 지역에서는 줄 대신 손을 연결해 움직였고, 어떤 곳에서는 실제 정거장 이름을 종이에 적어 놓기도 했다. 이처럼 유연한 구조는 아이들 각자의 상상력과 놀이 성향에 따라 맞춤형 놀이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현대에 들어서며 이러한 전통 놀이는 점차 보기 어려워졌지만, 그 안에는 공동체적 감성, 창의적 표현, 신체 활동의 조화라는 소중한 가치가 담겨 있다. 놀이문화가 디지털화되고 혼자 하는 활동이 많아진 오늘날, 기차놀이는 아이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조율하는 소통의 장으로서 재조명될 수 있다.
교육 현장이나 지역 축제, 전통놀이 체험 프로그램 등에서 기차놀이는 손쉽게 복원 가능하며,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로도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그 안에 담긴 단순한 도구와 풍부한 상상력의 조합은, 전통 유희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참고문헌
경기도지(경기도지 편찬위원회, 1962), 금산의 민속놀이(강성복, 금산문화원, 1994), 조선의 향토오락(村山智順, 박전열 역, 집문당, 1992),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1~13(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 1969~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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