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싸움 놀이, 석천 농기 고두마리 놀이, 제주 약마희 놀이 알아보기
풀싸움 놀이 정의, 내용, 특징 및 의의
정의
풀을 가지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상대방과 시합을 하는 놀이.
내용
주로 어린이들이 상대를 정해서 풀을 가지고 서로 시합을 하는 놀이를 총칭하여 풀싸움이라고 한다. 둘이서 할 수도 있고, 방법에 따라서는 여럿이서 할 수도 있다. 고려시대 이규보의 시에서 처음 확인이 될 정도로 오래된 민속놀이이다. 또 많은 문집에 초전戰草, 초희草戲, 투초鬪草, 투초희鬪草戲 등의 이름으로 실려 있다. 가장 일반적인 풀싸움놀이는 끊어먹기, 방울털이, 풀잎대기, 잎사귀떼기 등이다.
끊어먹기는 풀잎줄기를 이용하여 싸움을 하는 놀이이다. 질경이나 담쟁이 잎사귀를 많이 이용하며, 포플러 잎사귀도 많이 쓰인다. 질기게 보이는 잎사귀를 줍거나 따서 서로 줄기를 엇걸어서 자기쪽으로 잡아당겨 상대의 잎사귀 줄기를 끊으면 이긴다. 두 사람이 계속할 수도 있지만, 여럿이 어울려 서로 자신의 잎사귀 줄기로 계속 끊어먹을 수도 있다. 풀잎 줄기 대신에 진달래꽃과 같은 꽃의 암술을 이용하여 서로 끊어먹기놀이를 할 때도 있다.
방울털이는 강아지풀과 같이 마디식물의 긴 줄기를 이용하여 싸움을 하는 놀이이다. 맨 위쪽마디의 긴 줄기를 뽑아 엄지와 검지로 살짝 누른 다음 끝 쪽으로 훑어내면 끝에 이슬방울처럼 물방울이 맺히게 된다. 이것을 상대의 물방울과 맞대어 떨어뜨리거나 자기 쪽으로 물방울을 모으면 이기는 놀이이다.
풀잎대기는 두 사람이나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이다. 여럿이 흩어져서 가능하면 여러 가지 풀을 따 온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한자리에 모여서 서로 따온 풀잎을 맞추어 보는 놀이이다. 많은 종류의 풀을 따 온 사람이 유리하다. 한 사람이 어떤 풀을 내놓으며 풀의 이름을 댄다. 그러면 나머지 사람들이 자신들이 따온 풀에서 그 풀과 같은 풀을 내놓는다. 계속해서 서로 맞추기를 하는데 결국 내놓지 못하게 되는 사람이 지게 된다. 이와는 약간 다른 방식이지만, 두 사람이서 풀 이름을 알아맞히는 놀이도 있다. 한 사람이 풀을 내놓으며 “이것이 무슨 풀이냐?” 하고 이름을 물으면 상대방이 자신이 따온 풀 중에서 같은 풀을 내놓으며 풀 이름을 댄다. 만약 이름을 대지 못하거나 따온 풀 중에서 같은 종류의 풀을 내놓지 못해도 지게 된다.
잎사귀떼기는 아카시아 잎을 주로 이용한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손가락으로 튕겨서 잎사귀를 떼어 낸다. 먼저 잎사귀를 모두 떼어 낸 사람이 이기는 놀이이다. 또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하나씩의 잎사귀를 떼어 내 결국 빨리 다 떼 낸 사람이 이기기도 한다.
이들 외에도 잎사귀가 길고 가운데 잎줄기가 약간 단단한 억새풀과 같은 풀을 이용하여 멀리 쏘아 보내는 쪽이 이기는 놀이도 있고, 또 줄기를 뽑아 누가 멀리 던지는가에 따라 승부를 내는 놀이도 있다.
특징 및 의의
풀은 주변에서 가장 얻기 쉬운 놀이 도구 중 하나이다. 풀의 특정한 성질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시합 방식으로 서로 놀이를 즐긴다. 주로 어린이들이 하는 놀이로서 이러한 놀이를 통해서 자연을 학습하면서 경쟁심을 통해 생존 방식을 익히기도 하고, 승복의 규칙을 익히기도 한다.
석천 농기 고두마리 놀이 정의, 내용, 특징 및 의의
정의
옛날 경기도 부평군富平郡 석천면石川面(현 경기 부천 송내동과 상동·중동 일대) 일대에서 백중날 이웃 마을 사이의 농기農旗 다툼을 통해 승자를 차지하려는 기旗싸움 놀이.
내용
고두叩頭는 ‘머리를 조아린다.’라는 뜻으로 농기 싸움에서 패한 마을이 상좌마을의 기에 고개를 숙여 예禮를 갖추는 것을 묘사한 한자어이다. ‘마리’는 ‘머리[頭]’와 같은 뜻이므로 ‘고두마리’는 동어 반복으로 여겨진다. 결국 고두는 ‘기세배旗歲拜’를 가리키는 말이다.
농기 싸움은 두레가 형성된 지역에서 두레패 사이에 행해진 놀이로, 상대방의 농기 위에 달려 있는 꿩장목(깃털봉, 꿩깃, 장기털)을 먼저 뺏는 마을이 이기게 된다. 놀이에서 이긴 마을은 상좌上坐가 되고, 진 마을은 상좌에게 농기를 숙여 기세배를 하고 늘 형님으로 모신다. 그래서 석천 농기 고두마리놀이는 상좌다툼놀이, 고두마리농악놀이라고도 하며, 농기를 쓰러뜨리기 때문에 농기쓰러뜨리기놀이로 부르기도 한다.
농기 고두마리놀이의 연원은 논농사가 보편화된 조선 후기로 볼 수 있으나 정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의 부평수리조합富平水利組合 설치(1923)와 굴포천掘浦川 주위의 여러 방죽, 장포들[長浦坪]·삼거리들[三街坪]·만셕이들[萬石坪] 같은 명칭이 확인되는 것으로 보아, 이 지역에 두레가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놀이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단절되는데, 이 지역 촌로들에게 구전되던 것을 1970년대 초에 부천의 민속 자료를 조사하던 최은휴가 김진엽과 박희재의 제보를 통해 발굴하고 이 지역 촌로들의 고증을 거쳐 1980년대에 재현하였다. 1997년에는 제11회 경기도민속예술축제에 120명(남 52명, 여 68명)의 인원이 참가하여 종합우수상을 차지하였고, 1999년에는 경기도 대표로 제40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참가하여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현재 부천문화원을 중심으로 관리, 보호되고 있다.
석천 농기 고두마리놀이는 주로 김매기 기간과 백중 때 행해졌다. 재연한 놀이는 논매기·풍년제·농기싸움·대동놀이로 크게 구성되나, 현재는 재미있는 요소가 가미되고 민요 등을 각색하여 모두 아홉 마당으로 재현하고 있다. 풍물패의 구성은 사물四物과 제금(동발), 호적(날라리)의 풍장으로 이루어지며, 연주되는 가락은 경기도의 힘차고 빠르며 경쾌한 윗다리 풍물가락이다.
놀이의 진행 과정은 다음과 같다. 농기를 앞세운 두 마을 풍물패가 논둑을 따라 춤추며 넓은 공터나 마당에 모여, 호미를 들고 김맬 준비를 하고 기다리던 제 마을 농군들과 합세하여 상쇠의 선소리[先唱]와 농군의 뒷소리[後唱]로 풍년을 기리는 노래를 부르다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논으로 들어가 <상사뒤소리>, <방애소리>(상쇠의 선창과 농군의 후창)를 하며 논매기를 한다. 논매기가 다 끝나면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논에서 나와 냇가에서 호미를 씻은 후 각 마을 호미걸이에 걸고 간단한 잔치를 벌인 후, 지난해 상좌다툼에서 진 마을에서 준비한 제사상을 논 쪽을 향해 놓고 풍년제를 지낸다.
이어 상좌마을의 제안으로 고두마리싸움을 한다. 놀이에 앞서 지난해 패자 마을 농기가 상좌마을 농기에 기세배 형식으로 기 인사의 예禮를 갖춘다. 기 인사가 끝나면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는데, 농군의 절반은 농기를 지키고 나머지 반은 상대 마을 농기를 쓰러뜨리기 위해 달려간다. 상대편 농기에 꽂혀 있는 깃털봉(고두마리)을 먼저 뽑는 마을이 승자가 된다. 싸움에서 진 마을에서 음식상을 차려 와 이긴 마을 상쇠에게 술을 올려 예를 표하면 상좌측 상쇠가 싸움에서 패한 마을 상쇠에게 뺏은 고두마리를 넘겨주며 서로 사이좋게 지내기를 제안한다. 이어 싸움에서 진 마을 농기가 좌우로 한 번씩 흔들고 서서 절을 하면 상좌마을 농기도 기를 약간 숙여 다시 한 번 예를 표하는 것으로 싸움이 마무리된다. 마지막으로 양쪽 마을 농군과 풍물패가 하나 되어 뒷전(뒤풀이)을 하며 한바탕 크게 노는 것으로 끝을 장식한다.
특징 및 의의
석천 농기 고두마리놀이는 두레의 풍물패가 주축이 된 마을 대항의 농기싸움 형식을 빌리고 있으나, 수확만을 남겨둔 시기에 논농사의 큰 노동인 마지막 김매기를 마치고 난 후 호미씻이와 풍년 기원, 농부들이 서로 노고를 위로하며 휴식을 취하는 마을 대동 잔치이다.
제주 약마희 놀이 정의, 내용, 특징 및 의의
정의
과거 제주특별자치도의 북부 해안 지역에 있었던, 바다 저편에서 오는 영등신을 맞는 오신娛神의 절차에서 행한 놀이.
내용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1530)과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1849)에는 제주도의 약마희躍馬戲라는 놀이가 기록되어 있는데, 다음과 같다.
2월 초하루 귀덕, 김녕 등지에서는 장대 열두 개를 세우고 신을 맞이하여 제사지낸다. 애월에 사는 사람들은 말머리 모양의 떼배를 만들어 채색 비단으로 꾸미고 약마희를 해서 신을 즐겁게 한다. 보름이 되어 끝내니 이를 연등이라 한다. 이 달에는 승선을 금한다.
- 신증동국여지승람 권38, 제주목 풍속
제주도의 2월 풍속으로 ‘연등然燈’에 대한 기술인데, 불교의 연등제가 아님이 분명하고 오늘날의 영등굿의 당시 모습을 기록한 것임에 틀림없다. 우선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과 『동국세시기』에 기록된 ‘약마희’가 지금 남겨진 영등굿의 ‘배방선’ 놀이와 연관된다는 견해가 있다. 약마희를 제주어로 재구하여 그 맥락을 찾아보면, ‘약躍’은 중세어로 ‘imagefont’이고, 현대 제주 방언으로 ‘튀’이며, 현대 표준어로 ‘뛰’이다. ‘마馬’는 중세어나 현대 제주 방언으로 ‘imagefont’이고 표준어로 말이다. 약마는 ‘튀imagefont, 테imagefont’이고 곧 떼몰·떼몰이가 된다. 그렇다면 약마희는 현대어로 ‘떼몰이놀이’가 된다.
예전에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의 영등굿에 ‘떼의 경조競漕’가 있었는데 이를 ‘배방송’이라 한다. 이 의례는 작은 짚 배에 제물을 실어 떼배에 올려놓고, 출발 신호와 함께 일제히 바다로 나간다. 경조에서 1등을 차지한 사람은 술과 안주를 내놓고 잔치를 베풀었다고 한다. 떼를 저어 경주 하는 이 놀이가 바로 위의 떼몰이(약마희) 민속과 같은 것이라는 가정은 충분히 설득력을 가진다. 배 경주의 놀이를 벌인 후 술과 안주로 즐겁게 노는 국면은 가락국 신화에 나오는 ‘희락사모지사戲樂思慕之事’와 너무도 흡사하다.
<가락국신화>를 보면 수로왕비인 허 왕후는 아유타국으로부터 배를 타고 경북 김해 지역으로 도래하였다고 하고, 후에 허 왕후의 도래를 경축하는 놀이를 벌였다고 한다. 이때 두 패로 나누어 말을 달리거나 배를 타고 경주를 하게 하였다. 여신의 도래를 경축하는 이 행사가 신을 맞이한다거나 혹은 신을 보낸다는 경조 행사와 연관된 것이 아닐까 하는 가정을 해 본다.
약마희의 단락은 크게 셋으로 나뉜다. ‘2월 초하루 영신迎神─오신娛神─2월 보름 송신送神’의 절차이다. 약마희가 신을 즐겁게 하는 오신의 절차였다면, 배방송의 의례는 신을 잘 모셔 전송하는 송신의 절차이므로 이 그 두 가지에는 약간의 시차가 있다. 가락국의 ‘희락사모지사’는 영신의 절차이니 역시 약마희의 오신의 절차와 거리가 있다. 그래서 영신과 송신의 절차와 연관시켜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오신의 의미를 별도로 재구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특징 및 의의
영신의 절차에서는 장대 열두 개를 세우고 신을 맞이했다고 한다. 아키바 다카시秋葉隆와 송석하宋錫夏 등에 의하면, 1930년대 중반까지는 한국의 육지나 섬 마을들에서 2월의 동일한 시기에 대나무나 나무 장대를 세워, ‘영등할마니’나 그 밖의 이름으로 불리는 바람의 신에게 비는 제사가 행해지고 있었다. 제주도에서도 2월 14일에는 심방이 ‘영등대龍竿’라 칭하는 신기神旗를 단 신대神竿를 들고 요령을 흔들며 주문을 외면서 마을의 집들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영등풍신에 대한 영신의 절차는 육지와 비슷하지만, 영등신이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육지와 달리 제주에서는 바다 멀리에서 온다[渡來]는 사유가 있었다.
그 절차는 “말머리 모양의 떼배[槎形]를 만들어 채색 비단으로 꾸미고 약마희를 해서” 오신娛神하였다고 했다. 그런데 ‘떼[槎]’를 제시하고 뒤에는 ‘약躍’을 훈차 하여 ‘떼’라 하고, 앞의 말은 말[馬]인데 뒤에는 ‘말’을 훈차 하여 ‘몰’이라고 하면서 약마희를 ‘떼몰이’라고 하는 것은 의문이다. 그래서 ‘사형槎形’은 ‘비스듬한 모습’ 혹은 ‘나무 등걸 형상’으로 해석하여 ‘비스듬한 모습의 말머리에 비단으로 채색하고 말이 뛰는 듯한 놀이를 벌여 오신하였다.’로 볼 수 있겠다. 그리고 바다에서 배를 타고 오는 신을 맞이하기 위해 말을 달려 경축하는 놀이를 벌였던 ‘희락사모지사’처럼, 말을 달리는 놀이를 벌였을 것이다. 이것은 일본 오키나와 종자취제種子取祭의 응마누샤[乘馬者]처럼 말머리를 장식하고 말달리는 흉내를 내는 해학적인 놀이였을 것으로 본다. 힘 있게 뛰어오르거나 빠르게 달리는 말을 흉내 내는 활력과 화려하게 장식한 멋스러움을 곁들인 즐거운 놀이라야 오신의 절차에 걸맞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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